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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코리아 (하이재킹, 부산 권력, 현빈 정우성)

by modumodu 2026. 3. 4.

메이드 인 코리아 포스터

1970년 일본발 비행기가 공중에서 납치당했습니다. 138명을 태운 채 목적지는 북한이었고, 일본 정부는 초비상 상태에 빠졌습니다. 저는 예전에 '남산의 부장들'을 보면서 실제 사건 기반 스릴러의 묘한 몰입감을 경험한 적이 있는데, '메이드 인 코리아'를 보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1970년대라는 시대 배경이 지금과 완전히 다른 공항 보안 시스템, 정치적 긴장감을 고스란히 담아내면서 단순한 드라마가 아닌 한 시대를 간접 경험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이재킹 사건과 켄지의 완벽한 계획

1970년 당시 일본은 하이재킹(hijacking)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시대였습니다. 여기서 하이재킹이란 항공기를 무력으로 장악해 원래 목적지가 아닌 곳으로 강제 이동시키는 범죄 행위를 의미합니다. 비행기에 탑승한 사업가 마지다 켄지(현빈 분)는 후쿠오카행 비행기에서 대유에게 가방을 전달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는데, 협군파가 총과 칼을 소지한 채 아무런 보안 검색 없이 탑승하면서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예전에 항공 관련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지금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X-ray 검색대, 금속 탐지기 같은 보안 시스템이 사실 이런 사건들을 계기로 만들어졌다는 걸 새삼 실감했습니다. 베테랑 혼다 쿠니코 기장의 기지로 간신히 착륙했지만, 일본 정부는 대응 매뉴얼조차 없는 상태였습니다.

켄지는 마치 이런 상황을 미리 예상한 듯 인질범들을 설득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옆자리 꼬마에게 "손은 눈보다 빠르니까"라는 말과 함께 무언가를 건넸고, 이후 서울 관제소가 평양 관제소인 척 위장해 비행기를 김포공항으로 유도하는 데 성공합니다.

켄지의 진짜 정체는 모든 상황을 설계한 설계자였습니다. 그는 협군파의 무기와 폭탄이 모두 가짜임을 알고 있었고, 본인만 진짜 총을 소지하고 있었습니다. 아이 엄마를 통해 중앙정보부에 미리 정보를 흘려 하이재킹 사실을 접수시켰고, 비행기를 김포공항으로 유도한 것까지 전부 그의 계획이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런 완벽한 설정이 지나치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오히려 이 부분이 켄지라는 캐릭터의 존재감을 극대화시켰다고 생각합니다.

부산 권력 구도와 검사 대 중앙정보부의 대결

비행기 사건이 마무리된 후 무대는 부산으로 옮겨집니다. 부산 최대 조직 만제파가 일본 야쿠자와 거래하는 정황이 포착되고, 검사 장권영(정우성 분)이 이들을 주목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장권영의 진짜 정체는 중앙정보부 백기태였습니다.

1970년대 부산의 권력 구조를 이해하려면 당시 중앙정보부의 위상을 알아야 합니다. 중앙정보부는 국가 정보기관으로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고, 지역 책임자인 황국장(이성민 분)의 말 한마디에 부산이 움직이는 시대였습니다(출처: 국가기록원). 여기서 중앙정보부란 1961년부터 1981년까지 존재했던 대한민국의 정보기관으로, 현재의 국가정보원 전신입니다.

장권영은 만제파의 이인자를 붙잡아 조만제 검거를 위한 거래를 제안하지만, 백기태는 장권영 사무실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며 한발 앞서 움직입니다. 짜장면 배달과 목욕탕 전화로 타이밍을 조절하는 장면은 당시 도청 기술(surveillance technology)의 수준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도청 기술이란 타인의 대화나 통신 내용을 몰래 청취하고 기록하는 기술로, 1970년대에는 주로 유선 전화 회선에 직접 접속하는 방식이 사용되었습니다.

백기태는 조만제가 재일교포이며 북조선과 연결되어 있다는 정보를 활용해 국가보안법으로 수사를 중단시키려 합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부분에서 당시 권력 구조의 복잡함이 잘 드러났다고 봅니다. 검찰과 중앙정보부의 충돌은 단순한 조직 간 경쟁이 아니라 국가 권력의 작동 방식 자체를 보여주는 장치였습니다.

초호화 캐스팅과 우민호 감독의 연출력

'메이드 인 코리아'는 2025년 하반기 디즈니 플러스가 모든 것을 쏟아부은 텐트폴 작품입니다. 텐트폴(tentpole)이란 서커스 천막을 떠받치는 기둥처럼 플랫폼의 핵심이 되는 대작 콘텐츠를 의미합니다. 현빈, 정우성, 조여정이라는 초호화 캐스팅은 작품의 완성도를 한층 높였습니다.

특히 현빈은 이 작품을 위해 상당한 벌크업을 했고, 올백 머리 스타일로 마치 한국판 토마스 크라운 같은 느낌을 연출했습니다. 솔직히 이 비주얼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사랑의 불시착'이나 '시크릿 가든'에서 보여줬던 로맨틱한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냉철하고 계산적인 캐릭터였습니다.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의 장기는 권력의 작동 방식을 긴장감 있게 그려내는 것입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1970년대 정치 스릴러라는 소재를 '서울의 봄' 제작진과의 시너지로 완성도 높게 풀어냈습니다. 일반적으로 정치 스릴러는 무겁고 딱딱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우민호 감독 작품은 오히려 속도감과 몰입도가 뛰어나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다만 초반 하이재킹 사건과 이후 부산 권력 다툼이 연결되는 과정이 조금 더 명확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충분히 흥미로웠지만, 전개 속도가 빠르다 보니 인물들의 동기나 관계를 더 깊게 보여줄 여유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작품의 핵심 매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실제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한 픽션의 절묘한 조화
  • 1970년대 시대 고증과 긴장감 넘치는 연출
  • 초호화 배우진의 몰입도 높은 연기

제가 역사 다큐멘터리나 실화 기반 영화를 자주 찾아보는 이유는 과거의 사건을 통해 현재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를 보면서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는 공항 보안 시스템, 국가 기관 간 견제와 균형 같은 것들이 사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진 것임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전반적으로 '메이드 인 코리아'는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크게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우민호 감독 특유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서사가 어우러져 한국 콘텐츠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평가합니다. 정치 스릴러를 좋아하거나 1970년대 시대상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작품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XbWqXbR18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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