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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절차가 점점 산업화되면서 죽은 이를 보내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최저가 계약에만 신경 쓰는 상조회사와 달리, 30년간 장의사로 일한 성길은 돈을 지불한 만큼만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회사 방침에 회의감을 느낍니다. 저도 몇 년 전 가까운 지인의 장례식에 참석했을 때 모든 절차가 상조회사 매뉴얼대로 빠르게 진행되는 걸 보며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장의사의 신념이 흔들리는 순간,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성길은 죽은 이들을 기리기 위해 손수 종이꽃을 접어주는 장의사입니다. 하지만 계약서에 없는 서비스라며 이를 만류하는 상조회사 직원과 마주하게 됩니다. 최저가 경쟁 속에서 종이꽃 같은 추가 서비스를 제공하면 다른 고객들도 옵션을 선택하지 않을 거라는 이유였습니다.
여기서 '상조 시스템'이란 장례 절차를 미리 계약하고 정해진 비용을 분할 납부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편리함과 경제성을 내세우지만, 정작 고인을 기리는 본질적인 부분은 옵션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저는 예전에 동네에서 상여가 지나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동체가 함께 마지막 길을 배웅하던 문화가 사라진 게 아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반신 마비로 투병 중인 아들 지혁의 간병 문제와 밀린 월세로 인해 성길은 결국 상조회사 '해피엔딩'과 계약을 맺습니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지켜온 자신의 장의사 신념을 쉽게 바꾸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는 죽음 앞에서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무연고자의 장례식, 돈이 안 되면 치르지 말아야 할까요?
동백국수집 사장 장 선생이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는 평소 노숙자들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하던 분이었습니다. 시청에서는 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장례식 대신 화장 처리만을 지시했고, 노숙자들은 장 선생의 장례식을 직접 치르겠다며 시신을 몰래 가져갑니다.
'무연고자 처리 규정'이란 연고자가 없는 사망자를 행정 절차에 따라 처리하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가족이나 연고자가 없으면 공공기관이 화장만 진행하고 납골당에 안치하는 방식입니다. 2023년 기준 국내 무연고 사망자는 연간 약 3,300명에 달하며,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출처: 보건복지부).
성길은 회사에 장 선생의 장례식을 요청하지만, 돈이 안 되는 장례식은 할 수 없다는 냉정한 답변만 돌아옵니다. 노숙자들은 광장에서 장례식을 치르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장 선생이 광장에서 노숙자들에게 국수를 나눠주며 사업을 시작했기에, 광장에 모시는 것이 당연하다는 이유였습니다. 솔직히 이 부분에서 저는 장례가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남은 사람들이 고인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과정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상처를 공유하면서 삶의 의지를 되찾는 과정, 왜 중요할까요?
싱글맘 은숙은 법원으로부터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강요받지만 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성길의 아들 지혁의 간병인이 되면서 자신의 얼굴 흉터에 담긴 상처를 숨기지 않습니다. 과거 남편의 폭력으로 생긴 상처들이지만, 죽지 않고 살고 싶었다는 그녀의 고백은 지혁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트라우마 치유 프로그램'이란 심리적 외상을 겪은 사람들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가정폭력 피해자의 경우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정기적인 치료와 상담이 필요합니다. 국내 가정폭력 피해자는 연간 약 4만 명이 신고되며, 이 중 상당수가 심리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여성가족부).
제가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반려동물을 잃은 지인이 펫로스 증후군으로 힘들어하던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성길이 노을을 위해 고양이 장례식을 치러준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노을에게 종이꽃이 돈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죽으면 다 똑같은 것이라는 의미를 설명하며 자신의 신념을 다시금 되새깁니다.
은숙은 지혁에게 바깥나들이를 권유하고, 지혁은 휠체어를 타고 바깥에 나가게 됩니다. 두 사람은 간병인과 환자를 넘어 친한 누나 동생 사이가 됩니다. 지혁은 아버지에게 자신의 인생과 아버지의 인생이 사고로 한순간에 바뀌었지만, 이제는 죽고 싶은 생각만 하는 것은 아버지의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말하며 변화된 모습을 보입니다.
숨겨진 진실과 변화의 시작, 삶의 의미를 다시 찾는 방법은?
성길은 은숙이 남편을 죽였지만 정당방위로 풀려났고, 딸 노을과 격리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도망 다니며 살고 있다는 충격적인 과거를 알게 됩니다. 한편 노을은 성길에게 고양이 장례식을 치른 후 장의사가 꿈이라고 말합니다. 죽은 사람을 도와주는 장의사가 되고 싶다는 노을의 순수한 꿈은 성길에게 큰 감동을 안겨줍니다.
아들의 친구를 통해 성길은 지혁이 의대를 합격하고도 사진작가라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마지막 여행을 떠났다가 사고를 당했음을 알게 됩니다.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려 했던 아들의 진심을 알게 된 성길은 죄책감과 슬픔에 잠깁니다. 제 경험상 부모 세대는 자식이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길 바라지만, 정작 자식은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부모의 기대에 맞추려 애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효도와 자아실현의 갈등'은 한국 사회에서 자주 나타나는 심리적 딜레마입니다. 여기서 자아실현이란 개인이 자신의 잠재력과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여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는 과정을 말합니다. 많은 젊은 세대가 부모의 기대와 자신의 꿈 사이에서 갈등을 겪으며, 이는 심리적 스트레스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은숙은 법원 명령에 따라 딸 노을과 헤어져 병원으로 떠나게 됩니다. 노을은 학교에서 장의사가 꿈이라고 발표하며, 죽은 사람을 도와주는 장의사가 되고 싶다는 자신의 생각을 당당히 밝힙니다. 이 장면에서 저는 장의사라는 직업이 단순히 죽음을 처리하는 일이 아니라, 남은 사람들이 애도할 수 있도록 돕는 의미 있는 일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결국 이 이야기는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삶을 대하는 태도와 다르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장례 문화가 산업화되면서 효율성과 비용 중심으로 변했지만, 성길처럼 죽은 사람을 존중하고 마지막을 정성스럽게 보내려는 태도는 여전히 중요한 가치입니다. 우리가 죽음을 어떻게 대하느냐는 결국 우리가 삶을 어떻게 대하느냐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